리플리 증후군은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말하며 리플리 효과 혹은 리플리병이라고도 합니다. 거짓이 탄로 날까 봐 불안해하는 단순 거짓말쟁이, 허언증과는 달리,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고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듯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성격장애, 리플리 증후군은 일종의 망상장애로 진단될 수 있어 크게 보면 조현병의 일부 증상에 해당되기도 하는데요. 최근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선수와 결혼까지 발표했지만 결국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 씨에 대해 네티즌들은 리플리 증후군을 제기했죠. 과연 리플리 증후군의 특징과 위험성은 어떤 게 있을까요?
리플리 증후군 Ripley Syndrome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리플리 증후군을 지식백과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설명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다루는 전청조 씨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리플리 증후군을 의심했습니다. 성별부터 살아온 배경, 직업, 태어난 곳까지 모두 거짓말로 들통나면서 그동안 사기 수법에 속아넘어간 이들의 제보가 끝도 없이 속출했죠. 리플리 증후군이 거짓말쟁이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리플리 증후군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
리플리라는 명칭은 미국의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재능 있는 리플리 씨’라는 범죄 소설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는 재벌이었던 친구 디피 그린리프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도를 넘는 지경에 이르러 그를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며 살아갑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1960년대 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유명해지자 정신병리학자들에 의해 이러한 증상에 대해 다뤄지기 시작했고, 정확한 병명은 아니지만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됩니다.
영화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집필한 소설을 영화화 한 첫 작품 ‘태양은 가득히(1960)’ 가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2000년대 다시 한번 리메이크 된 영화 ‘리플리’는 변경된 부분들과 추가된 인물들이 몇 있어서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며 리플리 증후군에 의한 범죄 심리를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정신장애를 이해 하는데에 도움이 될 만한 영화입니다. 스릴러로서의 작품성까지 인정받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리플리 증후군의 특징
현실자각부족
우선 자신이 처한 실제 세계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 리플리 증후군의 첫 번째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현실 부정인거죠. 이상을 높게 설정하고 목표를 세워 열심히 노력하는 삶과는 달리, 현재 모습을 직시하지도 못하고 되려 피해의식에만 빠져 있다면 위험한 신호입니다.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결코 닿을 수 없는 것만을 원한다면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열등감에 빠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성공에 대한 큰 욕구 역시 리플리 증후군의 증상에 해당되는데 같은 맥락 상의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곡된 기억과 망상장애
두 번째, 리플리 증후군을 가졌다면 망상 장애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공통적으로 기억하는 객관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만 전혀 다른 쪽으로 인지하는 식의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가진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을 허언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허언증은 일시적이고, 본인이 거짓말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리플리 증후군은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은 열등감으로 자신만의 허구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허언증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죄책감 없는 거짓말
세 번째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것입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 나오고, 나중에는 타인에게 정서적, 금전적 피해를 끼쳐도 정말 사실인 것처럼 거짓말을 해 이득을 취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거짓말을 잘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두 가지 특징인 현실 부정과 망상 장애가 진행되면서 나중에는 거짓말도 정말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죠. 물질적 가치를 굉장히 높이 사는 리플리 증후군에게 출발 선상부터 다른 사람을 보고 열등감을 느끼게 되어 자신만의 허구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톰 리플리가 가까운 친구인 디피 그린리프에 대해 열등감을 갖게 된 것 역시 디피가 재벌이었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물질적인 조건 하나만으로 자신은 잘난 게 하나 없고 초라하기만 하다는 평가를 스스로에게 준 것입니다.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기에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이들은 허구적인 세계를 꾸미게 됩니다.
리플리 증후군의 위험성
남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도 뉘우칠 생각조차 없는 리플리 증후군이 위험한 이유는 타인은 물론 본인조차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책임지지 못할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고도 잘못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며 그러한 인생을 합리화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자유의지는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완전범죄란 없습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