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화이트 셔츠가 올가을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됩니다. 그런데 언제든 옷장에서 꺼낼 수 있고, 누구나 입는 화이트 셔츠가 유행템이 된다니 기쁘면서도 의아합니다. 기본 아이템이 유행한다는 건 이미 2023 F/W 컬렉션에서 증명됐습니다. 올겨울에 블랙 롱 코트가 유행할 것이라는 소식과 같은 맥락입니다.
클래식 화이트 셔츠
독특한 아이템이 아니라 평소 입고 다니는 청바지에 흰 셔츠, 블레이저 룩을 걸친 모델들이 캣워크에 등장했습니다. 코로나의 종식을 선언한 2022년 런웨이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담론이 흘러넘쳤습니다. 이 세상 모든 청바지가 유행인 것처럼 느껴졌고, 옷을 입지 않은 것과 진배없는 시스루 룩이 시상식을 덮쳤으며, 남자들은 치마를 입고 여자들은 크롭트 톱을 입으며 모든 사람에게 ‘입고 싶은 것을 입어라’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담론이 없어진 세상에서 패션은 가장 기본으로 가고 있습니다. 발렌티노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레디 투 웨어가 아니라 꾸뛰르에서 청바지로 보이는 실크 팬츠에 화이트 셔츠 룩을 가장 첫 번째로 선보였으니까요. 패션은 숨 고르기를 하는 듯 클래식의 가장 중심에 몸을 기댔습니다. 적어도 2023년 겨울까지는 클래식한 스타일로 살아보는 거죠.
하이브리드 화이트 셔츠
로에베, 프라다, 베르사체, 알렉산더 맥퀸, 토즈, 구찌, 디올, 에밀리아 윅스테드, 프로엔자 스쿨러, 사카이까지 이들 브랜드 모두 화이트 셔츠나 셔츠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다양한 스타일링법도 제시했죠. 하의 안으로 셔츠를 집어넣거나 빼거나, 단추도 끝까지 채우거나 거의 오픈하거나, 오버사이즈 셔츠를 드레스처럼 입는 형태까지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아 보였죠.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프라다의 2023 F/W 컬렉션에서 신부, 군 장교, 간호사의 의식에서 영감을 받아 유니폼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구했습니다. 유니폼의 핵심인 화이트 셔츠에는 가슴 부분에 포켓을 달고 딱딱한 단추 장식으로 실용성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블랙 미니스커트와 리본 장식 포인트의 플랫 슈즈를 매치해 트렌디해 보였죠.
발렌티노는 크롭트 셔츠부터 발목을 덮는 셔츠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화이트 셔츠의 칼라와 블랙 타이의 셋업을 변형한 룩을 선보였습니다. 베르사체에서는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아이폰을 공중에 띄워놓았습니다.
셀럽들의 화이트 셔츠 스타일링
런웨이에서 화이트 셔츠가 이렇게 성행하고 있으니 셀럽들이 화이트 셔츠를 입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가장 유행하는 화이트 셔츠 스타일링은 청바지와 입는 것입니다. 두아 리파는 클래식 버튼다운에 하이 웨이스트 클래식 워싱 데님을 매치했고, 티나 쿠나키는 칼라가 튀어나온 크롭트 셔츠에 헐렁한 풍선 모양의 바지를 입었습니다. 발렌티노의 2023 F/W 레디 투 웨어 의상이었던 화이트 셔츠에 블랙 타이를 하고 발렌티노의 2023 F/W 꾸뛰르 쇼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셔츠 전문 회사 위드 너싱 언더니스(With Nothing Underneath)의 창립자 핍 듀렐(Pip Durell)은 자신에게 딱 맞는 화이트 셔츠를 구매하려면, 어떤 느낌의 셔츠를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산뜻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원한다면, 포플린 소재를 선택해야 할까요? 아니면 좀 더 느슨하고 캐주얼하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헴프 소재일까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죠. 클래식한 기본 아이템에 투자하는 경우 품질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또한 포플린이든 헴프든 셔츠는 세탁소에서 방금 나온 옷처럼 보이는 게 베스트라고 전했습니다. 깨끗이 세탁하고, 잘 다려 입는 것이 올가을 클래식 스타일링의 팁이 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