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트랜드, 클래식 오피스 룩 BEST ITEM 3

조용한 럭셔리, 전통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올드머니 에스테틱의 세계적인 관심으로 오피스 룩 또한 클래식한 스타일링에 맞춰 가고 있습니다. 올드머니 룩과 오피스 룩이 닮아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도 있겠습니다. 신뢰감이 느껴지는 옷차림이 오피스 룩의 기본이며, 이러한 이미지가 긴 시간 쌓여 변하지 않는 클래식의 본질을 간직한 한 가문의 문화가 되는 것일 테니까요.

클래식 오피스 룩, 시가렛 팬츠

와이드 팬츠의 펄럭임은 끝났습니다. 이제 시가렛 팬츠로 오피스 룩의 기강을 잡을 때죠. 담배처럼 가늘고 긴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 붙은 시가렛 팬츠. 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그 팬츠 맞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하체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몸에 꼭 맞게 입는 슬림 핏이 특징이지요.

곧게 뻗은 선에서 나오는 단정함 덕에 오피스 룩으로 사랑받아온 아이템이기도 한데요. 풍파가 아예 없었던 친구는 아닙니다. 유행이 시작된 1950~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몇 번의 기복이 있었죠. 국내에서는 힙합 문화가 부흥하던 1990년대와 와이드 핏이 장기 집권하던 지난 몇 시즌이 나름의 침체기였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랬던 시가렛 팬츠가 2023년 심기일전하여 돌아왔습니다. 클래식한 무드가 대세를 이루던 2023 컬렉션에서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죠. 블레이저, 화이트 셔츠, 펜슬 스커트 등 오피스 룩의 기본기 아이템과 함께 등장해 더욱 반가웠습니다. 하이 웨이스트, 슬림한 실루엣, 발목(과 발등)이 돋보이는 길쭉한 스타일링. 시가렛 팬츠의 근간이 주는 멋을 누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프라다와 생 로랑만 참고해도 오피스 룩 스타일링 고민은 끝입니다. 특히 유니폼을 재해석한 피스가 돋보이던 프라다 컬렉션이 좋은 레퍼런스가 될 텐데요. 하이 웨이스트로 자연스럽게 완성한 테이퍼드 실루엣과 복사뼈가 훤히 드러나는 짤똑한 기장감, 차분한 톤과 익숙한 텍스처로 시가렛 팬츠 본연의 매력을 정직하게 구현했습니다. 스타일링도 단조로울 정도로 간단하죠. 적당한 핏의 블레이저와 꼭 맞는 이너 톱, 클래식한 뾰족구두로 단정한 실루엣을 완성해보세요. 톤까지 맞춰준다면 더 길쭉한 실루엣이 완성됩니다.

좀 더 깐깐한 쪽은 생 로랑입니다. 스타일링부터 시크한 레이디 룩의 전형이었죠. 1980년대를 주름잡던 파워 숄더와 허리선을 알리는 벨트, 높은 하이힐 등으로 시가렛 팬츠의 까칠하고 우아한 면모를 극대화했습니다. 시크하고 지적인 느낌을 내기에 제격인 시가렛 팬츠! 올해 또 하나의 트렌드 중 하나인 펜슬 스커트와 번갈아가며 입는다면 빈틈없이 완벽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겁니다. 꼿꼿해진 애티튜드와 함께요!

가을 트랜드 클래식 오피스 룩/Saint Laurent FW 2023 RTW
Saint Laurent FW 2023 RTW

클래식 오피스 룩, 펜슬 스커트

연필처럼 길고 호리호리한 셰이프 때문이죠. 이름하여 펜슬 스커트! 1950년대 크리스챤 디올이 에이치라인(H Line)이라는 명칭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인 스커트이기도 하죠. 반세기가 넘는 동안 다양한 디자인으로 변주되었지만 변치 않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커리어 우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아이템이라는 것!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강조된 라인은 페미닌한 동시에 빈틈없는 프로페셔널함을 자아내거든요.

2023에는 유독 펜슬 스커트가 많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풍년인 적은 실로 오랜만이었죠. 대신 디자인은 좀 더 편안하게 바뀌었는데요. 타이트한 핏으로 편안함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던 고유의 단점을 슬릿 디테일이나 지퍼 위치, 소재 등으로 보완했습니다.

펜슬 스커트 스타일링

언제나 옳은 클래식! 블랙 블레이저와 펜슬 스커트 조합은 실패 없는 오피스 룩 매치입니다. 포멀함의 정수지요. 단, 블레이저는 오버사이즈 대신 허리선이 쏙 들어간 타이트한 핏의 블레이저를 선택하세요. 이번 시즌의 핵심은 몸에 붙는 라인이거든요. 여기에 상체를 가리고도 남는 넉넉한 빅 백까지 곁들여 더 호리호리한 실루엣을 완성해봅시다.

펜슬 스커트의 장점은 어떤 스커트보다 길쭉하고 늘씬한 라인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 타이트한 톱을 매치하거나 톱을 스커트 안에 넣어 입는다면 효과는 배가 됩니다. 스커트의 경우 드레이프 디테일이 살짝 들어간 디자인이라면 페미닌한 매력을 살리기도 수월하겠고요. 위에 걸친 재킷도 짧을수록 좋겠죠? 이제 막 업데이트된 2023 F/W 컬렉션의 펜슬 스커트는 흠잡을 데 없이 클래식한 형태로 등장했습니다. 다소 엄격하다 느껴질 정도로 철저하게 ‘네모난’ 셰이프가 대부분이입니다. 언제나 숙제처럼 느껴지는 오피스 패션, 올해는 펜슬 스커트 한 벌이면 충분하겠습니다.

가을 트랜드 클래식 오피스 룩/Versace FW 2023 RTW
Versace FW 2023 RTW

생 로랑

기선 제압은 생 로랑이 해냈습니다. 펜슬 스커트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쇼였거든요. 스틸레토 힐, 오버사이즈 블레이저, 새틴 톱 등과 함께한 룩은 1980년대 오피스 풍경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동시에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포멀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시켜주는 듯했죠. 각진 어깨에서 시작해 얄미울 정도로 똑 떨어지는 스커트를 지나 날카로운 힐에 닿기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매치였습니다.

프라다

프라다는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출근길에 당장 적용해보고픈 세련된 매치였고요. 특히 완급을 참 잘 조절했는데요. 베이식한 스웨터에는 3D 장식 디테일이 돋보이는 희붐한 스커트를, 그레이 컬러의 레더 셋업에는 컬러 액세서리로 생기를 주었습니다. 발목 바로 위까지 오는 맥시한 기장으로 단정함도 잃지 않았군요.

미우미우

얌전하고 정직한 미우미우의 펜슬 스커트! 마이크로 스커트 트렌드를 주도한 하우스가 맞나 싶을 정도였죠. 헤링본 패턴과 울 소재라니, 참 클래식한 선택이지요? 덕분에 꼼꼼하고 차분한 매력이 어느 때보다 빛을 발했습니다. 가장 웨어러블하기도 했고요. 톤 다운되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컬러의 카디건, 벨트처럼 스커트 위로 빼꼼 올라온 시어 타이츠의 밴딩 등으로 숨통을 틔워주었습니다.

자, 이제 올해의 오피스 룩 고민은 끝났습니다. 펜슬 스커트 한 벌로 극과 극의 무드를 오갈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는 S/S 컬렉션의 편안한 무드를 따르다가 긴장감을 주고 싶은 날에는 F/W 컬렉션의 스타일링을 참고해보는 것이죠. 어떤 스타일이든 한결같이 프로페셔널해 보이겠지만요.

카디건 스타일링

한동안 잊고 있던 아이템, 카디건이 돌아왔습니다. 이전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말이죠. 프레피 혹은 캐주얼 룩으로 주로 착용하던 이 아이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처서가 지나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다가오는 지금, 가을 오피스 룩을 비롯한 다양한 카디건 스타일링 방법에 대해서 한발 앞서 알아봅니다!

오피스 룩

카디건을 입고 출근하고 싶다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시가렛 팬츠를 입을 것, 그리고 카디건은 타이트할 것. 정돈된 느낌의 두 아이템이 만나 포멀하고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자아낼 겁니다. 세로로 길게 이어지는 리브드 소재의 카디건을 선택한다면 더 길쭉한 실루엣을 완성할 수도 있고요. 프라다가 제안하는 방식처럼 카디건과 팬츠 컬러를 통일한 뒤 이너 셔츠를 활용해 트랜디함과 위트를 동시에 스타일링 할 수 있겠습니다.

올드 머니

카디건은 최근 패션계의 뜨거운 감자, 올드 머니 룩을 연출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그 증거는 로에베의 컬렉션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조나단 앤더슨의 묘수는 길이를 늘인 카디건을 니트 스커트와 매치하는 것. 덕분에 에르메스,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 클래식한 브랜드에서나 선보일 법한 룩이 완성됐습니다. 꼭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매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습니다. 카디건과 비슷한 컬러의 니트 스커트를 선택한다면, 더욱 개성 넘치는 룩이 탄생할지도 모르죠.

  • 가을 트랜드 클래식 오피스 룩/Saint Laurent FW 2023 RTW
    Saint Laurent FW 2023 RTW

코티지코어

최근 카일리 제너,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푹 빠진 코티지코어의 핵심은 포근하고 러블리한 무드를 자아내는 것. 레이스, 크로셰 같은 디테일이 코티지코어에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몰리 고다드의 2023 F/W 런웨이에는 카디건, 프릴 디테일과 튤 스커트를 활용한 코티지코어 룩이 등장했는데요. 깔끔한 카디건에 튤 스커트를 매치하고, 목가적인 패턴의 카디건 밑에 프릴 셔츠를 레이어드하는 식이었습니다. 올가을에는 카디건을 입고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코티지코어 스타일을 연출하는 건 어떨까요?

너드미

갖가지 종류의 카디건이 등장한 미우미우의 2023 F/W 컬렉션.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 것은 ‘너드미’를 풍기던 모델들이었습니다. 흡사 도서관 사서를 연상시킨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카디건과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요. 카디건은 하나같이 타이트했고, 스커트는 전부 무릎 바로 위에 위치해 ‘올드함’과 클래식의 경계에 걸쳐 있었죠. 시스루 스커트를 활용해 재미를 줘도, 고급스러운 울 스커트를 매치해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