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옷을 여러 벌 사는 것보다 비싼 옷 한 벌을 사는 편이 낫다는 말,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어떤 선택지가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올가을에는 큰 ‘투자’를 감행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한 럭셔리, 올드머니, 스텔스 웰스 같은 트렌드에 힘입어 럭셔리한 블랙 코트가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가 처음 감지된 곳은 역시 런웨이입니다. 지난 2월 2023 F/W 시즌을 맞아 여러 디자이너가 각양각색의 블랙 코트를 선보였는데요. 돌체앤가바나와 스텔라 맥카트니는 라펠을 키우고 기장을 길게 늘어뜨리며 매니시한 멋을 드러냈습니다. 동시에 허리 라인을 강조하며 페미닌한 무드도 놓치지 않았죠. 두 브랜드 모두 화려한 컬러를 더하기보다 화이트나 실버처럼 기본 컬러를 활용해 룩을 완성했습니다.
블랙 롱 코트, 올드머니 스타일과 콰이어트 럭셔리
사실 블랙의 롱 코트에 대한 트랜드는 2023 F/W 런웨이 위에서 모델들이 블랙 코트 자락을 휘날렸을 때 이미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이어질 올겨울엔 블랙 롱 코트가 유행할 것이란 사실 말이죠. 물론 우리는 작년에도 블랙 롱 코트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완벽한 핏과 아름다운 원단을 사용했느냐 여부입니다. 즉 올해 코트를 사두면 10년 이상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올드머니 스타일과 콰이어트 럭셔리에 부합되는 트랜드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블랙 롱 코트 스타일의 디테일
블랙 롱 코트 디자인에 대해 런웨이에서 발견한 공통점이라면 어깨를 강조한 오버사이즈의 테일러드 핏에 발목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긴 길이였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위풍당당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스타일 입니다.
돌체앤가바나와 스텔라 맥카트니, 빅토리아 베컴, 알라이아, 카이트, 발렌시아가까지 모두 오버사이즈 롱 코트를 선보였습니다. 트랜드와 관계없이 이 분야 최강자인 더 로우는 늘 그랬듯 클래식한 스타일을 고수했습니다.
앞선 두 브랜드와 달리 빅토리아 베컴은 매니시한 무드에만 집중했습니다. 독특한 단추 디테일, 한껏 과장된 어깨 라인은 군 장교들이 입던 ‘오피서 코트’를 연상시켰습니다.
색다른 블랙 코트 스타일링
발렌시아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3 F/W 시즌뿐 아니라, 최근 선보인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다양한 블랙 코트가 등장했었는데요, 레더 소재 코트와 아워글라스 코트도 인상적이었지만, 발렌시아가 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타일링입니다. 클래식한 실루엣의 코트에 후디와 스웨트팬츠로도 모자라, 바이커나 입을 법한 레더 팬츠까지 매치하는 과감한 스타일링을 선보였습니다. 색다른 블랙 코트 스타일을 완성하고 싶다면, 발렌시아가의 룩을 참고해 믹스 매치에 도전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조용한 럭셔리 붐을 일으킨 더 로우와 카이트는 어땠을까요? 두 브랜드 모두 볼륨에 집중했습니다. 카이트의 컬렉션에는 고풍스러운 후디드 케이프 코트가 등장했고, 더 로우 역시 볼륨감 넘치는 코트를 선보였습니다.
마리옹 코티아르, 애슐리 올슨처럼 은은하게 멋을 뽐내길 좋아하는 스타들은 이미 블랙 코트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올드머니 스타일과 콰이어트 럭셔리의 상징인 블랙 롱 코트를 준비해 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