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KDS2010, 뇌 체중조절 스위치로 마음껏 먹고 다이어트

  • 뇌 속 별세포(성상교세포)에서 지방대사 조절 원리 찾아
  • 동물 실험에서 식사량 없이 체중 조절 확인
  •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

KDS2010은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 군집 ‘가브라파이브'(GABRA5)를 조절해 체중을 감량하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입니다. 식욕을 억제하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는 치료제로 연구하고 있으며 주사제가 아니라 경구형(먹는 약)이라 복용 편의성이 뛰어납니다.

비만 ,인류의 적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적, 비만. 만성질환의 원인인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운동과 식이요법, 보조제 등을 동원해 어렵게 다이어트에 성공해도 그 뒤에는 요요 현상이 기다리고 있죠. 최근에는 다이어트 보조제, 다이어트 주사 등 체중 감량을 위한 비만 치료제가 예전에 비해 다양하게 출시됐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값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비만의 비밀이 뇌에 있음을 밝히고, 실컷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하는 신약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실렸습니다.

비만 치료를 위한 지방 대사 조절, 성상교세포

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뇌 속의 별모양 비신경세포인 ‘성상교세포’에서 지방대사 조절 원리를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신약인 ‘KDS2010′을 투여한 동물 실험에서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어떻게 약으로 체중 감량이 가능한 걸까요? 뇌 속 비신경세포인 ‘성상교세포’에서 찾은 지방 대사 조절 원리를 통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만 치료, 성상교세포의 모습
형광현미경으로 촬영한 성상교세포의 모습. 성상교세포를 조절하면 부작용이나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복감과 체내 에너지 균형은 뇌의 측시상하부가 관장합니다. 다이어트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구체적인 지방대사 조절 기전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측시상하부 신경세포가 지방 조직으로 연결돼 지방 대사에 관여한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뇌에서 신경세포에 영양분 등을 운반하는 비신경세포인 성상교세포였습니다. 성상교세포는 별 모양을 하고 있어 ‘별 세포’로도 불리는데요. 평소에는 뇌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운반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뇌질환이 발생하면 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고 기능도 변화합니다. 이렇게 변화된 세포를 반응성 성상교세포라고 부릅니다.

체중 조절 스위치 GABRA5

연구팀은 측시상하부에서 억제성 신경물질인 ‘가바(GABA)’의 수용체를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신경세포 군집 ‘GABRA5′를 발견했습니다. 비만 쥐에 대한 화학유전학적 실험을 통해 GABRA5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자 지방 조직의 열 발생이 감소하고 지방이 축적되면서 체중이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측시상하부의 GABRA5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체중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창준 단장은 “GABRA5 신경세포가 체중 조절의 스위치인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스위치를 켰다 컸다하는 게 측시상하부의 성상교세포였습니다. 반응성 성상교세포는 마오비(MAO-B) 효소를 발현해 지속성 가바를 다량 생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GABRA5 신경세포를 억제해 체중이 증가하게 됩니다. 마오비는 ‘모노아민 산화효소 B’의 약자로 소모아민의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를 말합니다.


연구팀이 반응성 성상교세포의 마오비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자 가바 분비가 줄면서 GABRA5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지방 조직의 열 발생도 촉진됐습니다. 연구팀은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이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며 “반응성 성상교세포의 마오비 효소가 비만 치료의 효과적 표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만 치료제 KDS2010이 작용하는 원리
성상교세포의 지방 대사 조절을 보여주는 그림

▶왼쪽 그림: 장기간 고지방 식이를 섭취한 비만 생쥐 뇌의 측시상하부에 반응성 별세포의 마오비(MAO-B) 효소가 발현돼 지속성 가바(GABA)가 과생성된 모습. 가바는 GABRA5 신경세포의 활성을 감소시켜 지방 대사를 억제해 체중을 증가시킨다.
▶오른쪽 그림: 별세포의 마오비 또는 GABRA5 유전자를 억제하거나, 마오비 억제제 KDS2010 투여하면 가바 분비가 줄어 GABRA5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지방 대사가 촉진돼 체중을 감소시키는 모습이다./IBS

비만 치료제 KDS2010

즉, 연구진이 주목한 뇌 속 ‘체중 조절 스위치’ 가브라5(GABRA5)가 핵심 물질입니다. 뇌에 있는 신경세포 군집 가브라5는 몸 전체 지방세포와 연결돼 있으며, 이것이 활성화되면 체중이 감소하고, 활동성이 떨어질수록 체중이 증가한다는 결과 입니다. 앞서 설명한 가브라5 활성을 조절하는 스위치인 성상교세포의 수가 많아지면 마오비(MAO-B) 효소가 나와 지속성 신경 물질 ‘가바(GABA)’가 많이 생성돼 가브라5가 억제되고, 반대로 마오비 효소를 억제하면 가브라5가 활성화돼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그동안 이루어진 연구는 비만의 원인을 지방세포를 포함한 주변 조직에서 찾았으나, 이번 연구는 비만의 원인이 뇌에 있음을 명쾌하게 밝힌 최초의 연구”라고 밝혔습니다. 연구를 이끈 이창준 단장은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세계 10대 건강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정할 만큼 현대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부상할 KDS2010으로 식욕 억제 없이 효과적인 비만 치료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연구팀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KDS2010의 부작용 여부를 살펴보는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