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돈이 없다면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만약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눈앞이 캄캄할텐데요. 집주인이 뻔뻔하게 나오는 걸 봐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는 게 아닐지 겁부터 날 수 있고요. 이럴 때 할 수 있는 게 ‘경매’입니다. 임차해서 살고 있던 집을 강제로 팔아 그 돈으로 보증금을 되찾는 방법인데요. 집값이 보증금보다 낮다면 ‘셀프 낙찰‘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경매,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전세보증보험 미가입시 “강제경매”
최근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되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전국 임대차 보증사고 금액은 지난해 9월 1098억원에서 올해 2월 2542억원으로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증사고란 전세계약 해지 또는 종료 후 1개월 내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했거나, 계약 기간 중 경매 또는 공매가 실시돼 배당 후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인데요, 집값 하락으로 전셋값이 오히려 높아지는 ‘역전세’ 현상 등이 발생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 등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어지자 세입자가 결국 경매를 신청하게 된 거죠.
임차인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HUG 등 보증기관을 통해서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요. 그렇지 않다면 법의 힘을 빌려 강제로 받아내는 수밖에 없죠. 그 대표적인 방법이 강제 경매입니다.
강제 경매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을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부동산을 압류하고 매각해 그 매각 대금으로 빚을 받아내는 절차인데요, 먼저 채권자(임차인)가 채무자(임대인)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판결을 받은 뒤 경매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 경매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강제경매 신청
- 강제경매개시의 결정
- 배당요구의 종기 결정 및 공고
- 매각 준비
- 매각 실시
- 매각결정 절차
- 매각대금 납부
- 배당절차
- 소유권이전등기와 인도
임차인은 집이 팔리고 그 매각대금을 배당할 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 임차인의 배당 순위가 중요한데요. 순위대로 돈을 배당받기 때문이죠.
● 경매시 배당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경매집행 비용
- 취득자가 경매 부동산에 투입한 유익비
- 소액 임차보증금 중 최우선변제액과 3개월간의 임금 및 퇴직금
- 국세 및 지방세
- 우선변제권(대항력을 갖춘 저당권과 임차보증금채권 중 우선순위)
- 일반 임금채권
- 국세 및 지방세(저당권 전세권보다 늦게 설정된 세금)
- 보험료 및 공과금
- 가압류 등 일반채권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돌려받기 위해선 3순위인 최우선변제권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요. 확정일자, 점유, 전입신고, 배당요구 등이 돼 있어야 합니다.
전셋값이 집값보다 높을때, 깡통전세 “차라리 산다”
하지만 경매로 집을 팔아도 오히려 낙찰금액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 돈을 얼마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집값 하락기엔 더 그렇고요. 전세 세입자가 있는 경우 응찰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유찰되면서 낙찰금액이 깎이기도 합니다. 유찰될 때마다 최초 감정평가 금액의 약 20%씩 낮춰 낙찰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울며 겨자 먹기로 ‘셀프 낙찰’을 받는 임차인이 많아진 이유죠. 경매 신청을 한 뒤 입찰에 참여해서 직접 낙찰을 받는 방법입니다. 강제 경매 신청을 하면 법원에서 집을 감정하고 평가해서 경매 첫 입찰가가 결정되고요. 입찰일과 시간이 정해지면 법원에 가서 입찰을 하면 됩니다. 입찰 봉투와 기입 입찰표에 사건 번호, 물건 번호, 입찰자, 입찰가격, 보증금액 등을 적고 도장을 찍은 뒤 입찰보증금을 넣고 동봉해 제출하면 되는데요.
단독 입찰이면 최저매각가격을 제시하면 되고요. 입찰자가 여럿이라면 입찰 금액이 가장 큰 사람이 낙찰되는 만큼 적당히 가격을 적어내면 됩니다. 단 1원 차이로도 낙찰을 못 받을 수 있으니 눈치 게임이 필요할 수 있죠. 낙찰을 받으면 “매각허가결정 → 항고기간 → 잔금 납부 → 배당 기일” 순으로 진행됩니다.
셀프 낙찰의 경우 본인의 전세보증금만큼 낙찰을 받아서 상계신청을 하면 됩니다. 전세보증금을 경매 낙찰잔금 대신으로 상계하겠다는 거죠.
23년 5월부터 낙찰받아도 무주택자격 유지
모든 절차가 끝나면 소유권 이전을 하고 취득세도 내야 하는데요. 어쩔 수 없이 ‘유주택자’가 된 건데 이제 청약 기회는 사라진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행히 오는 5월부터는 이렇게 불가피하게 임차주택을 낙찰받아도 무주택 청약 혜택이 유지될 전망입니다.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경매 또는 공매로 임차주택을 낙찰받은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면서 공시가격이 수도권 3억원(지방 1억5000만원) 이하면 무주택이 인정됩니다. 대신 청약 신청 후 전세계약서, 경매 또는 낙찰 증빙서류, 등기사항증명서 등의 자료를 사업 주체에 제출해야 합니다.
임차인 중에는 ‘설마 경매까지 가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텐데요. 요새 분위기에선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듯 합니다. 대한민국법원 등기정보과장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지난해 10월 4822건에서 올해 3월 5486건으로 반년 만에 13.8% 증가했습니다. 여전히 곳곳에서 역전세, 전세 사기가 끊이질 않는 만큼 미리 잘 알아보고 대응책도 충분히 숙지해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