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라이텐(Lyten)이 미래 첨단 소재 그래핀을 활용한 배터리 개발에 성공, 상용화를 위해 2억달러(약 2681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카나리아 미디어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오늘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알아보고, 전고체 배터리중 하나인 ‘리튬황 배터리’와 새롭게 개발된 핵심기술인 ‘3D 그래핀 기술’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전기차의 미래 발전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배터리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됩니다.
우선 양극재는 리튬 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다양한 양극 소재가 사용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소재로는 리튬·코발트 산화물(LiCoO2), 리튬·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산화물(LiNiCoAlO2), 리튬·망간 산화물(LiMn2O4), 리튬·철·인산염(LiFePO4) 등이 있습니다. 음극재는 리튬 이온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음극 소재로는 흑연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최근에는 실리콘, 그래핀 등 새로운 소재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전해질은 리튬 이온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하며,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 단락(합선)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해질에는 리튬염을 넣은 액체 유기용매, 분리막은 일반적으로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들어집니다.
전해질은 리튬 이온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배터리 충전 중에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리튬 이온들이 전달돼 화학 반응에 참여하고, 방전 중에는 반대로 음극에서 양극으로 리튬 이온들이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를 생성합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해질은 액체 형태입니다. 액체 전해질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이온 전도성과 제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액체 전해질을 통해 이온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빠른 충방전 속도와 높은 출력 전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액체 전해질은 급격한 온도 변화나 강한 내·외부 충격, 또는 과충전이나 과방전 등으로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데 한계점으로 지적됩니다. 또 온도가 낮아지면 액체로 이뤄진 전해질을 이동하는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집니다. 겨울철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넘다.
위와 같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 전고체 배터리입니다. 전해질이 고체로 바뀌면 우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고체 전해질은 온도 변화에 따른 증발이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이 없고, 부피 팽창 우려도 없어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에너지 밀도를 높여 배터리 용량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흔히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4대 소재가 절반, 패키지가 절반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로 이뤄진 기본 단위를 ‘셀(cell)’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여러 개의 셀을 외부 충격이나 열, 진동 등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프레임에 넣고 ‘모듈(module)’을 만듭니다. 또 여러 개의 모듈을 묶어 발화·폭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냉각(cooling)시스템, 배터리관리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등을 더해 ‘팩(pack)’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전해질이 고체가 되면 우선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가 아닌 3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고체 전해질)로 줄어듭니다. 고체이기 때문에 양극과 음극 사이를 물리적으로 가로막고 있던 분리막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패키징도 단순화됩니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더해지는 각종 패키징을 덜어내면 부피도 줄고 무게도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배터리 팩이라면 더 많은 셀을 채워넣을 수 있는 것 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는 겁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1회 충전시 500~600km 주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1000km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부품들의 원가 비중을 살펴보면, 실제 배터리 성능을 좌지우지 하는 4가지 핵심 소재에 투입되는 원가 비중은 약 36%에 이릅니다. 나머지 부분이 64%으로,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인 것입니다.
리튬메탈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물론 액체 전해질이 고체로 바꼈다고 해서 에너지 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라고 불리는 또다른 이유는 고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새로운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튬메탈배터리와 리튬황배터리입니다.
리튬메탈 배터리
리튬메탈배터리는 음극에 흑연과 실리콘 대신 리튬메탈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하는 구조입니다. 음극재는 배터리에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양극재에서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더라도 음극재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리튬메탈은 현재까지 파악된 음극물질 중 가장 높은 에너지밀도를 갖고 있습니다. 또 리튬은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 중 하나입니다. 동일한 무게라면 흑연 대비 50% 이상 많은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는 만큼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리튬메탈 배터리는 충·방전을 거듭하면서 이온이 불균일하게 리튬 금속과 접촉하며 음극 표면에 적체되면서 뿌리처럼 자라나는 덴드라이트 현상 때문에 분리막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결정체가 분리막을 뚫고 양극에 닿으면 내부 단락이 발생,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온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쉬운 고체 전해질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리튬황 배터리
리튬황배터리의 경우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양극재로 주로 쓰이고 있는 값비싼 코발트 대신 황을 사용하는 배터리인데요. 황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저렴한 가격, 가벼운 무게가 큰 장점입니다. 여기에 코발트, 니켈 등의 희귀 금속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리튬황배터리는 친환경 배터리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튬황배터리 역시 충·방전 과정에서 황과 리튬이 반응해 발생하는 황화리튬(리튬폴리설파이드)이 쉽게 전해질에 용해되면서 음극과 직접 반응해 새로운 표면층을 생성합니다. 이는 리튬 이온의 이동을 방해하고, 계속 축적되면 결국 분리막을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또한 고체 전해질이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그래핀, 강철보다 세고 구리보다 도전성 월등한 꿈의 소재
앞서 말씀드린 전고체 배터리와 같이 지속가능성이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차세대 첨단 소재 개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핀(Graphene)은 그 중 첫 번째로 꼽히는 물질인데요. 그래핀이란 흑연(graphite)에서 만들어지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핀은 2004년 발견된 물질로, 다이아몬드처럼 탄소 원자로만 이루어진 탄소 동소체입니다.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2차원의 평면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핀의 물리적 성질은 ‘현존 최고’라 불릴 만큼 뛰어납니다.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열전도성도 기존 최고 물질인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구부리거나 늘려도 전기적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탄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화학기계적 방법, 전기화학적 산화-환원법 등 고품질 그래핀 생산을 위한 기존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까지는 대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3D 그래핀 기술, 저렴하고 오래가는 친환경 배터리 생산 가능
3D 그래핀 기술을 활용한 저렴하고 오래가는 친환경 배터리인 리튬-황 배터리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넓힐 핵심 요소로 자동차업계의 넷제로 달성을 위한 모든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래핀 기술의 핵심, 3D 그래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타트업 라이텐은 그래핀을 활용, 차세대 배터리 생산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의 확장을 위해 2억달러(약 2681억원)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라이텐의 핵심 기술은 그래핀의 3D화인데요. 라이텐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데인 쿡은 “기존의 2D 그래핀은 사실상 대량의 흑연덩어리에 불과하다”며 “그것은 자전거 프레임이나 스포츠 장비를 만드는 데는 충분하겠지만 차세대 배터리 제조를 위한 원자 1개 두께의 실제 그래핀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라이텐(Lyten) 연구진에 따르면, 본래 2차원 구조인 그래핀을 나노 단위로 구기고 뒤틀어 3차원 형태로 만들면 반응성이 매우 높아져 그래핀의 뛰어난 물질적 특성을 다른 물질에 주입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또한 강도, 경도, 전도성 등을 조정해 특정 응용 분야에 최적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3D 그래핀을 활용하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볍고, 충전이 빠르며, 에너지 효율도 높은 배터리 생산이 가능합니다.
자동차기업 스텔란티스, 투자자이자 고객
실제로 다국적 자동차제조기업인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올해 5월 라이텐에 시리즈 B 투자를 발표, 3D 그래핀을 활용한 리튬황(Lithium-sulfur) 배터리 기술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광물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친환경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충전 가능한 횟수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라이텐이 3D 그래핀 기술로 이를 개선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라이텐의 리튬황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하지 않아 동급의 다른 배터리보다 60%의 탄소 감축이 가능합니다. 원료 또한 북미 및 유럽지역에서 조달 가능해 공급망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라이텐은 2023년 말까지 상업용 배터리 생산을 완료, 2024년 초부터는 시장 공급에 돌입,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첫번째 공장 부지는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이 될 전망입니다. 라이텐 CEO 데인 쿡은 “이미 배터리 공급을 원하는 고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투자자이자 자동차기업인 스텔란티스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스텔란티스 CEO 카를로스 타바르스는 “라이텐의 리튬-황 배터리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넓힐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 기술은 차량 무게를 가볍게 할 뿐 아니라 자동차업계의 넷제로 달성을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